[아시아·태평양 난민권리네트워크 성명서]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인 대한민국에게, 책임있는 난민협약 이행을 바란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국제 연합 (UN) 1951 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의 국내 이행법인 난민법을 2012 년 제정하였다.

지역 및 국제 난민 인권단체들은 한국의 선도적 움직임을 큰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한국 내 난민의 현실과 난민법 개정 움직임은 한국이 난민협약 당사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충분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게 한다.

국제 평균에 비추어보면 현저하게 낮은 난민인정률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한국이 2019 년에는 역대 최저인 0.4%의 난민인정률을 기록하였다는 사실은 우려된다.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을 제외하면 정식적인 난민심사를 보장하려는 국제기준과 난민법 취지를 무시한 입국 거부 관행은 2019 년 93.1%의 난민신청자의 입국 거부라는 결과를 낳았다.

2015 년부터 법무부는 난민 심사의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자의적 기준으로 난민신청을 분류하여 심사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다수의 면접조서가 조작되어 난민이 경제적 이유로만 한국에 입국하였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1 피해자들에게는 어떠한 보상이나 사과도 없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난민 지위가 불인정되어 한국을 떠나야 했다고 알려져 있다.

2018 년 500 여명의 예멘 난민들의 입국으로 인한 제노포비아적 정서의 폭발에 대해, 한국 정부는 “가짜 난민을 잘 거르겠다” “외국인 밀집 지역에 순찰을 강화하겠다” 등의 설명으로 혐오 정서에 편승하기 급급했다. 그 결과 2018 년과 2019 년 국회에서는 난민협약 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아예 난민협약을 탈퇴하겠다는 다수의 법안이 발의되었다.

위의 입법 노력들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한국 법무부가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난민법 개정안에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법무부 개정안은 정상적인 난민심사를 받고, 결정에 대해 정상적으로 이의신청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국제법에 반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신청하는 사람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난민심사 부적격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제 5 조의 2). 그러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사실’을 난민신청자가 14 일 내에 소명하여 정상적인 심사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제5조의2 제1항 제1호, 2호 및 제2항).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에 대해서는 단순 불인정결정이 아니라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으로 인한 난민불인정결정”을 내리고 이의신청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조항 (제18조의2, 제21조 제8항) 도 매우 우려된다. “단순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한 신청”과 같은 기준은 난민 지위와 무관하며 출입국행정적 고려에 따라 결정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명백히 이유없는 신청은 난민사유가 명백히 아닌 경우 등으로 좁게 한정되어야 하지만, 법무부 개정안이 제시하는 “사인간의 분쟁 또는 경제적인 이유”는 다른 사실관계와 결합하여 난민협약 상의 박해가 되거나 박해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과도하게 엄격한 심사절차 및 기준과 결합되어, 국제규범 및 기준에 부합하는 구체적으로 규정된 기준 없이 이러한 난민불인정결정이 도입되면, 과도하게 많은 수의 난민들이 ‘명백히 이유없는 신청’이라는 낙인을 받고 이에 대한 이의신청도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다.

법무부 개정안은 또한 난민신청자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 몇몇 다른 조항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 47 조는 위조문서 제출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이를 알선, 권유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고자 한다. 난민협약 제31조 제1항은 허위 문서 사용을 포함한 난민 혹은 난민신청자의 불법 입국에 대한 책임을 면제한다. 유엔난민기구는 허위진술은 그 자체로 난민불인정사유가 되면 안되고, 허위진술 또는 허위 문서 제출 사실은 전체 정황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2 그런데 법무부 개정안은 허위문서를 제출한 난민신청자 또는 이를 도운 제 3 자의 의도나 인지 여부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선의로 허위문서를 제출한 난민신청자나 이들을 도운 시민단체 활동가 또는 변호사들이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심각한 위축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언론에서 폭넓게 유포되고 있는 ‘가짜 난민’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것을 한국 정부에 당부한다. 몇몇 기사가 택하는 마치 박해 우려가 낮은 국가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말레이시아) 에서의 난민신청자가 한국의 난민신청자 중 다수를 차지하고, 그러므로 ‘가짜 난민’이 많다는 결론에 대해 우리는 동의할수없다. 박해를피해타국으로도피하는경로는주변국가의비자정책,가용한이동수단등에 의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위 국가 출신 입장에서 입국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국가와 지리적으로 근접한 국가에 입국하여 난민신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위의 국가에서 야당 활동, 성적 지향, 종교 등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박해사유가 존재한다는 신빙성있는 보고들이 있다.

특히지난수십년동안국제적으로중국과러시아가연간난민발생규모가가장크다. 따라서위국가들 출신 난민들 중 많은 수가 타국과 유엔난민기구에서 난민지위를 인정 받고 있다. 이와 상반되게 한국에서 위 국가 출신 난민들은 난민지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0%이거나 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올바른 질문은 한국에서 과연 난민협약에 부합하는 난민심사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지일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350 만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지역임에도, 45 개 국가 중 20 개 국가만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역이기도 하다. 30 여년 간 난민협약을 이행하고, 독립적인 국내 이행법을 제정한 한국의 선례에 지역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난민법 개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시도는 난민 보호 의무와 국제법 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일부 국가들에서 퇴행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난민 배제 흐름에 한국이 동참한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한국을 주목했던 지역 내 다른 국가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에 APRRN 는 한국정부와 유엔난민기구에게 다음의 사항을 요청한다.

• 국제법 및 모범 사례에 부합하도록 한국의 난민인정심사제도의 공정성, 질과 책무성을 평가하여야 한다. 난민인정심사 결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과 국제기준에 비추어 매우 저조한 난민인정률을 고려하여, 특히 정부의 오류와 과오에 기인한 재신청자들을 포함한 모든 난민신청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현행 출입국항 난민심사제도를 난민신청권 보장과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부합하는 형태로 개선하여야 한다.

• 한국정부는 난민법 개정 대신 난민신청 처리 역량의 증가와 온전히 객관적인 법률적 분석에 기반한 질 높은 난민인정심사제도의 구현에 집중하여야 한다. 정부는 난민심사가 정치화가 되거나 제노포비아의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하여, 순수한 인도주의적 절차로 유지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난민협약에 따른 의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난민법을 개정하기 위해, 난민 및 난민신청자 당사자, 한국 시민사회, 지역기구 및 유엔난민기구를 포함한 국제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여야 한다.

• 유엔난민기구에게 규정 제8항과 난민협약 제35조 제2항에 의거하여 유엔난민기구의 감시 기능을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를 요청한다. 1991 년부터 국제연합의 회원국이자 난민협약 당사국이며 전 유엔 사무총장과 주요 유엔 인사들을 배출한 한국은 국제난민규범과 인권규범을 준수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한다. 유엔난민기구와 관련 유엔 기관들은 이를 위해 적절한 지원, 안내 및 감독을 제공하여야 한다.

English version.

Categories: 옹호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