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 탈북자들의 적극적인 신원공개로 인간의 생명에 대한 보호보다 정략적 판단을 우선한 당국의 무책임한 행위를 비판한다.

통일부는 지난 8일 ‘집단 탈북 관련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해외 식당에 파견하여 근무 중이던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이 4월 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밝히며, ‘해외에 생활하며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되어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고 그들의 탈북의 동기를 옮기고, 마스크를 쓴 사진까지 공개했다.

정부의 이례적인 위 발표 이후 “통일부가 탈북민 등 북쪽에 남은 가족 등의 신변안전을 위해 탈북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관례 등을 들어 반대의견을 냈으나 묵살됐다”[한겨례 2016. 4. 11.자 ‘집단 탈북 긴급발표’ 청와대가 지시했다.]라거나, ‘일본의 도쿄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서 이같은 적극적인 공표가 한국 정부의 선거전략이라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취지의 평가[경향신문 2016. 4. 12.자 日 언론들도, “북한 고위층 망명 등 공개는 한국 정부 선거전략” 보도]가 뒤따르고 탈북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정략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각계의 비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여태까지 정부는 난민인 탈북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신변안전을 이유로 ‘비공개원칙’을 견지해왔고, 입국과정 및 입국 전후로 입국 사실들을 공개하지 않고, 관련 내용을 취재한 언론에도 비보도요청을 하여왔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6. 합동신문과정에서 인적사항이 언론에 공개된 한 탈북자의 진정사건에 대해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보호신청 등) 및 「육․해상 및 공중 경유 탈북자 처리 지침」을 위반하고,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성), 제17조(사생활의 비밀 자유)등에 대한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며, 동일 또는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권고한 적까지 있다.

탈북자들은 제3국의 입장에서는 난민협약 등 국제법에 따라 명확한 난민(Refugee)에 해당하며, 각국은 난민에 관한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난민이 특정국가에 비호신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공개까지 엄격히 금지한다[“Fair and Efficient Asylum Procedures – Global Consultations on International Protection, EC/GC/01/12, 31 May 2001, paragraph 50 (m)”, “EU COUNCIL DIRECTIVE 2005/85/E,C”, “미국 8 C.F.R. § 208.6(a) and 1208.6(a)”, “유엔난민기구 Procedural Standards for RSD under UNHCR’s Mandate 2.1.1.”등]. 탈북자들은 비록 대한민국에서는 난민법상 난민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한국의 난민법 역시 제17조 제1항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 난민신청자를 특정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등의 공개 금지, 정보 공개 및 누설 금지 규정과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국적국으로부터의 박해를 피해 난민신청을 했다는 정보는 중국 내의 탈북자 관련 제반 활동의 위축, 중국이나 기타 국가들을 경유하는 탈북 루트의 차단과 같은 문제 뿐만 아니라, 난민인 당해 탈북자들에 대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비공개로 처리되어야 하는 정보다. 만약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그러한 정보가 누설되어 본국 정부가 이를 지득할 경우 본국에 있는 가족 및 기타 관련자들에게 조사, 처벌 등 박해가 가해질 것이 명약관화한데, 사진까지 포함한 정부의 이번 적극적인 브리핑이 과연 당해 탈북자들의 합법적인 동의를 거쳤는지 알 수 없으나, 그 브리핑 자체로도 난민인 탈북자들의 신상을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추단할 수 있게 하였음은 자명하다. 난민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언론에 적극적으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한 것은 내용과 절차, 시기 면에서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당일 브리핑시 이례적인 정보공개의 연유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변인은 ‘북한인들이 집단적으로 탈북해왔다는 건 좀 특이한 사례이기 때문에 공개 하게 됐다’라고 궁색하게 답변했다. 특이한 사례라면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험은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 한국에서 난민들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보호와 연대가 필요한 취약한 난민들의 비밀스러운 비호요청을, 정략적 목적으로 활용코자 하는 당국의 모든 시도에 강력히 반대하며,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정당화 논거 없이 자의적으로 정보를 공개한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당사자인 난민들과 가족들에게 생겨났음이 분명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들에 대한 배보상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비공개 원칙’을 적극적으로 준수하여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할 것을 촉구한다.

2016. 4. 14.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난민인권센터, 드림,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피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