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이들에게 단식을 중단할 것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왜 이들이 거리로 나와 단식을 하게 되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긴급공동행동 <한국정부는 진정 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자 하는 것인가?>

일 시 : 2018년 9월 5일 수요일 오전 10시

장 소 : 효자치안센터 앞

주 최 : 난민들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일동

 

[성명서] 한국정부는 진정 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자 하는 것인가?

어제(4일) 오후6시40분경 19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아나스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후송되었고, 그 후 약 1시간 후인 오후 7시40분경 6일째 단식 중이던 무나 씨 역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4일 밤까지 확인된 바로는, 무나 씨는 앰뷸런스 안에서도 10분간 발작을 하였고, 병원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한동안 의식불명인 상태였다. 발작과 경련증세로 인해 무나 씨는 CT 검사까지 진행하였다. 아나스 씨는 수액을 맞고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나 최소 3~4일은 입원을 해야 안정이 되는 상태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되던 바이다. 단식이 2주를 넘어가면서 단식자들의 체중은 이미 평소보다 10% 이상 줄어든 상태였고, 지난 1일과 2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료진이 검진한 결과에서도 단식자들의 상태가 우려스러운 정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지금까지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고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24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면담을 하였지만, 그 자리에서도 요구사항을 해당부처에게 전달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단식을 풀 것을 종용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해당부처인 법무부는 지금까지 이들의 요구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들의 요구는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하다. 한국이 스스로 가입한 난민협약과 스스로 제정한 난민법에 따라 자신들을 대우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난민법에 정한 기한을 훨씬 넘겼음에도 여전히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하고 있다. 온갖 증거와 자료를 제출하였음에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하고 있다. 난민면접과정에서 조서가 조작된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난민에 대해 온갖 거짓정보를 흘리고 혐오를 조장하는 것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무리한 요구인가? 목숨을 건 단식을 함에도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할 만큼 잘못된 요구인가?

한국정부는 이들에게 단식을 중단할 것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왜 이들이 거리로 나와 단식을 하게 되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제주 예멘 난민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난민혐오선동 그리고 이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이에 부화뇌동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한국에 온 난민들은 굉장한 충격과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고 평화를 염원하는 나라로 생각하고 한국을 찾아온 난민들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이제 난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고 본국으로 돌아가 죽던지 여기서 죽던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곡기를 끊고 스스로 몸을 상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는 난민들의 요구에 성실한 답변을 내놓으라. 그것만이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국의 양심적인 시민사회 역시 이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18년 9월 5일

난민들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