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30일이 되는 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단체들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번 기자회견은 매우 실망스럽고 걱정스러운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차별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확실히 약속하지 않고, “나중에”라고 말한 것,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계속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고 추방하려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많은 이주민, 이주노동자, 그 가족들에게 또 한 번의 큰 절망을 주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미움과 배제)가 사회에 퍼지는 것을 우리는 봤습니다. 또한 정치인들이 인종차별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더 나쁘게 만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주민과 이주노동자가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상황에서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 특히 인종에 따라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은 나중에”라고 말한 것은 이주민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한 것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차별금지법이 인권을 지키는 나라의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민생)와, 서로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통합)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언제, 어떻게 이 법을 만들 것인지 발표하고, 꼭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여야 합니다.
이 법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인권 기준을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또한 차별과 미움을 멈추고, 서로 다르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입니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 시작된 국민주권정부가 이주민에 대해 더 새롭고 인권을 존중하는 정책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금도 미등록 이주민은 단속과 강제추방의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이주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에서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적으로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을 주고, 그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석 등 일부 지역에서는 법무부와 경찰이 이주노동자들의 집과 일터에 갑자기 들어가 문을 부수고 허락 없이 침입했습니다. 이런 단속은 마치 범죄 수사처럼 무섭고 폭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단속 과정에서 신분 확인도 없이 무작위로 사람을 체포했고, 아이를 키우는 가족까지 데려갔으며, 사람들이 사는 방까지 들어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단속을 피하려다 숨거나 도망치는 이주노동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출입국 외국인보호위원회 같은 정부 조직은 당사자나 인권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립니다. 이런 폭력적이고 비공개적인 단속과 행정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으며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단속과 추방 중심의 정책은 이주민을 범죄자처럼 취급하고, 그들이 사회에서 더 고립되도록 만들며 인권을 더 나쁘게 만들 뿐입니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는 인권의 기본 원칙에 따라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체류 자격을 주고, 서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주민이 없는 삶, 이주노동자가 없는 경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사람을 내쫓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주아동의 권리는 모두에게 똑같이 보장돼야 합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출신 국가나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똑같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모든 아동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어린이집, 학교, 병원 이용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하며,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를 감금하거나 추방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래 한국에 살고 있는 미등록 아동과 그 가족을 위한 제도는 겉으로만 있고, 실질적인 도움은 부족합니다. 이주아동은 한국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자, 미래의 구성원입니다.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보육, 의료 등 기본권을 실제로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주배경 청소년이 자립하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 교육과 상담, 친구를 사귈 기회 등을 제공하는 지원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외국인력 정책은 인권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한 사업장에만 묶어두고, 자유롭게 직장을 옮기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구조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므로 고용허가제를 없애고, ILO(국제노동기구) 기준에 맞는 ‘노동허가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인간다운 노동이 시작됩니다.
국회에 올라온 법안은 계절노동자 제도에 법적 근거를 만들고, 근로조건과 인권 보호를 강화하고 브로커(불법 중개인) 개입을 막으며 임금 체불, 질병, 사망 등에 대비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계절노동자들이 농어촌의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충분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인신매매와 비슷한 인권 침해까지 겪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농어촌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고, 농어촌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돌봄 노동자 정책도 문제입니다. 이 정책은 값싼 노동력을 더 많이 들여오려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의 권리도 보호되지 않고, 일자리의 질도 나빠집니다.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은 실패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공공 돌봄 서비스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방식입니다. 결과적으로 돌봄노동의 질도 낮아지고, 이주노동자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잘못된 정책입니다.
더 이상 이주민을 배제하지 마십시오.
정부는 최근에 30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나라 예산을 새로 늘린 것)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국민에게 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주는 지원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지원금은 사람마다 15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다르게 지급되며, 소득이 적은 사람은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부는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에게만 지원을 하고, 이주노동자는 제외했습니다. 이런 차별은 지금 정부가 말하는 ‘모두를 위한 나라’라는 원칙과 맞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제 모든 이주민이 공정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 이주민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말고, 함께 사는 공정하고 인권 중심의 정책을 만들라.
– 단속과 추방 정책을 당장 멈추고,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
–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만들라.
– 이주노동자가 직장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보장하라.
– 오래 한국에 사는 미등록 아동과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하라.
– 난민이 한국 사회에서 자립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라.
– 결혼이주민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라.

[아래는 성명서 원본 전문입니다.]


